(스포일러)
(본문은 본 작품의 내용을 그냥 누설하고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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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가 남자에 미쳐버려 죽고 못살아 눈(머리) 돌아간 이야기는 퓨처워커의 파 그라시엘의 쳉을 향한 연모 이후로 간만에 보는듯한 주제.
2. 본 소설은 대충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으려는 잔존세력의 투쟁 어쩌고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지만 결국 칸타를 향한 시하의 사랑이 주제다.(아님 말고)
3. 사랑한 나머지 상대를 속박하고 싶고,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하고, 급기야는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어버리려 하는 욕망은 정당한것인가.
4. 하지만 그녀의 긍정을 막아서는 금제가 있으니 그것은 자신을 이런 세상으로 쏘아올려버린 부모와 세상 자체를 향한 증오가 있다.
문자 그대로 개같은 세상에 낳음당했고, 그런 자신을 덜컥 낳아버린 부모를 증오하고, 자신의 부모들처럼 철없이 2세를 생산하려는 행위도 미워하고, 망할거면 확 망해야지 이도저도 아니게 버티는걸로 모자라 다시 불씨를 키워나가려는 인간들까지 증오한다.
5. 세상을 증오하고, 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시하는 칸타를 향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지 못한다.
사랑을 하려면 일단 살아숨셔야 하고(세상이 유지되어야 하고), 짝이 있어야 하고 (여자와 남자로서 헤테로적인 로맨스를 나눠야 하니), 자신의 부모가 그랬듯 후세까지 남기는.
6. 상대를 사랑하는 방법에 정답이 있을까.
마지막에 와서야 시하는 자신을 긍정하는데 성공했으나, 그것은 칸타를 이성애자로 비틀어버리면서까지 사랑을 하려는 욕망의 긍정이 아닌, 사랑의 약을 자신에게 투여해 '있는 그대로의 칸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양새로 긍정의 매듭을 짓게 된다.
6-1. 이것은 문자 그대로 '동성애자'로서의, 있는 그대로의 칸타를 향한 사랑을 보내는 시하로 남겠다 볼 수 있다.
이 결말이 맞다면, 시하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지 못해 한발 물러나면서, 있는 그대로의 상대로 방치해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적인 애정이라면 있는 그대로로 상대를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욕망이 있고, 그걸 갈구한다면 정해놓은 선을 넘어서면서까지 상대를 취하겠다는 뚝심도 있어야 할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
6-2. 사랑진행중 교정진행중
하지만, 다른 해석을 해보자면, '동성애자'로서의 칸타를 사랑하는 시하라는 것은, 이전과 다른 것이 없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품 시작부터 시하는 칸타가 '동성애자'였음에도 칸타를 연모했고 그를 바꾸어버리고 싶어했다.
그런 스스로를 사랑한다는것은 결국 그를 바꾸어버릴정도로 사랑한다는 그 행동까지 긍정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간다르바와 캇파, 드래곤만이 있는줄 알았던 지구에 요정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나타남으로서, 간다르바와 캇파를 치워버려도 '그 다음'이 있음을 알린 것처럼.
사랑의 묘약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것이 아닌,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인것처럼.
이번의 사랑고백, 혹은 교정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다음의 사랑고백, 교정이 시도된다면?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다.
7. 그냥 책 부록으로 딸린 해설 읽는게 제일임 ㅅㄱ
8. "나는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라는 대사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카미나가 시몬을 향해 "너를 믿는 나를 믿어"라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9. 미르천은 대체 몇번 승리하는 것인가.
낳음당한 소녀의 몸부림.
죽음은 고를 수 있기라도 하지만, 생은 원해서 부여받을 수 없다.
10. 이영도는 파 그라시엘에 이어 시하도 이런 조형으로 만든 걸 보면 혹시 이런 불행소녀 요소를 좋아하는걸까?
한결같이 미만 바라보는 쳉의 마음을 둘로 나눠, 그 중 하나를 자신에게 달라고 울며 고백하던 파 그라시엘.
성정체성마저 뛰어넘어 자신을 바라봐달라며, 그걸 넘어서 자신이 바꾸어버리겠다던 시하.
다만 시하 쪽이 그나마 좀 더 긍정적인것 같기도.
시하 너라면 다음에는 칸타를 덮칠 수 있을거야, 화이팅! (미침)
11. 이미 많은 창작자들이 입증을 해냈다지만,
한국(비록 망해버렸지만)을 배경으로 환상 요소를 집어넣어도 얼마든지 어울리게 구성을 취할 수 있다는걸 다시금 느꼈다.
한국이 배경이라면서 왜 시하와 칸타라는 이름이지? 하는 의문도 '아니 이걸 이렇게 풀어내네'하고 두 손을 들음.
12. 그 마트가 정말 그 마트였어?
13. 상반된 주제의 대립은 작품을 거쳐 계속해서 거론되는것 같음.
14. 책은 얇은 단편을 양장본 책으로 구성해 찍어내기 위해 정말 혼신의 힘을 쏟은것 같고......
이러지 맙시다 좀..
